이번엔 개발과 보존, 정반대 가치가 팽팽하게 맞서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제주, 비자림인데요. 도로를 넓히려면 삼나무 숲을 벌목해야 하는데 1년 만에 공사를 재개했다가 또 하루 만에 중단했습니다.
소똥구리 같은 멸종 위기종을 지켜야 한다. 아니다, 주민 불편과 안전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
여러분은 어느 쪽 손을 드시겠습니까.
사공성근이 간다에서, 함께 생각해 보시죠.
[리포트]
[사공성근 / 기자]
곳곳에 나무들이 베어진 채 놓여있습니다. 이곳 제주 비자림로에서는 지난달 27일 하루 동안에만 300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갔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도로확장 공사가 시작됐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확장공사는 현재 왕복 2차선인 비자림로를 4차선으로 넓히는게 핵심입니다..
2018년부터 3구간에서 1천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잘려나갔고. 이번에는 2구간에서 삼나무 벌목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1년 만에 재개된 공사는 환경청 제지로 하루 만에 중단됐습니다.
지난해 비자림로 2구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애기뿔소똥구리 여러 마리가 발견됐는데, 제주도가 소똥구리를 위한 대체서식지나 생태도로 마련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는게 이유였습니다.
숲에 오두막까지 짓고 감시해 온 시민단체도 공사재개를 비판했습니다.
[김순애 / 비자림로지키기 시민모임]
"하루 안에 나무가 300여 그루 나무가 그냥 벌채돼 버렸어요. 이건 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제주시가 약속한 소똥구리 대체서식지의 효용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강운 /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인공적으로 서식지를 만들어서 옮기는데, 이후에 관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실은 성공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앞서 천연기념물 팔색조가 비자림로에서 포착됐을 때 제기된 논란이 되풀이 되고 있는겁니다.
[사공성근 기자]
"왕복 2차선인 비자림로는 보시는 것처럼 차량 통행량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로변에는 차를 대거나 사람이 걸을 공간은 없는데요 일부 주민들이 도로 확장공사를 시급하게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주민들은 벌채된 삼나무 숲은 인공조성 숲이라 보존 가치가 낮고 소똥구리도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라고 반박합니다.
보존을 외치는 시민, 환경단체의 주장은 주민 안전과 불편을 외면한 발목잡기라는 겁니다.
[홍용기 / 제주 구좌읍 이장협의회장]
"천 명이 넘는 인구인데 우리 마을에도. 그분들이 생업을 영위하는 도로입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지나다니는 도로예요."
제주도는 주민들의 요청을 수용해 확장 대상인 비자림로 2.9km 구간과 이어지는 다른 도로의 확장도 계획 중입니다.
넓은 도로와 멸종위기 동식물 가운데 후손이 무얼 물려받을 지는 이달 중 나올 예정인 환경영향 평가결과에 따라 정해지게 됩니다.
채널A 뉴스 사공성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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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찬우
영상편집 : 최동훈